서울 3대 평양냉면 필동면옥

서울 3대 평양냉면집의 한 곳인 필동면옥.

친구와 남산 산책을 위해 3호선 동대입구에서 만나기로 하고 간만의 외출을 한 어느 날.

약수역인가 옥수역인가를 지나는데 친구한테 톡이 왔습니다.

"배고파!"

 

이 때 제 뇌리를 강하게 스치는 맛집이 한 곳 있었으니, 바로 필동면옥.

오전 11시 30분이면 맛집을 찾아도 줄서지 않을 시간.

저도 바로 톡을 날렸죠.

"야, 충무로역에서 내려. 동국대 근처 필동면옥 가서 냉면부터 때리자."

"콜!^^"

 

 

10년 전 필동면옥에서 물냉면을 먹어본 저는 생전 처음 맛보는 특유의 육수에 반해버렸습니다.

육수라 하기엔 맹물맛에 가까운 슴슴한 맛이라니!

고기맛도 식초맛도 겨자맛도 아닌 이 맹물맛에 가까운 필동면옥 육수.

지금도 그 맛 여전하려나.

 

필동면옥에 도착한 우리는 제육 한 접시와 물냉면 두 그릇을 시켰습니다.

먼저 제육이 나왔네요.

 

 

이 집에는 소고기 수육과 돼지고기 수육 두 종류가 있습니다.

소고기 수육은 '수육', 돼지고기 수육은 '제육'으로 통합니다.

필동면옥은 물냉면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수육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일반 음식점이 평범한 돼지보쌈을 생각하면 아니되옵니다.

평범속의 비범!  한눈에 척보면 정말 평범해 보이지만 반전매력이 있는 맛입니다.

촉촉하면서도 탱탱한 육질이 씹을 때마다 쫄깃쫄깃~~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과 고소한 맛에 감탄사가 흘러나옵니다.

무엇보다 돼지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아 꼬들꼬들한 콜라겐 덩어리도 씹는 맛이 있구요.

수육 만들 때 고기를 덜 찌면 질겨져버리고, 너무 푹 찌면 흐물렁 할텐데 딱 적정기술로 적정시간을 쪄낸 불과 시간의 예술 그 자체라

아호~~~맛나다니까요.

 

수육 한 점을 양념장에 찍어 그냥 먹어도 맛있고,

반찬으로 나온 무김치나, 배추김치를 올려 먹으면

돼지고기의 쫄깃한 맛과 배추의 아삭아삭한 맛이 어우러져

입안을 더욱 풍요로운 맛으로 가득채워 줍니다.

 

 

 

 

제육을 몇 점 먹다보니 물냉면이 나왔습니다.

부드러운 면발에 대파가 술렁술렁 얹어져 있는 자태라니...

뭐랄까.... 약간 설렁탕 비주얼이랄까.....물냉면에 설렁탕처럼 대파를 고명으로 얹는 집은 이 집밖에 없지 않을까 싶은데...

아...국물이 10년 전 먹어본 그 슴슴한 국물맛 그대로였어요.

 

 

 

 

 

반가운 마음에 냉면그릇을 들고 육수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한참 냉면을 먹다가 보니 테이블 한켠에 식초와 나란히 놓인 간장그릇이 눈에 뛰더라는.

무엇에 쓰는 간장일꼬?

평소 냉면 간을 간장으로 맞춘다는 생각을 못해봤는데,

슴슴한 국물이 싫은 사람은 간장으로 간을 맞춰보라는 주인의 배려인 것 같아 순전히 호기심에 간장을 넣어봤습니다.

 

아...또 육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더라는.

간장 자체가 일반 간장과는 맛이 약간 달랐는데

육수에 넣어먹으니 그것 또한 예술이었습니다. 흠... 간간하니, 짭쪼름하니 맛있다!

 

위염에 소식으로 인내하던 나날이었으나

물냉면 한 그릇을 육수까지 다 비우고

제육 한 접시도 다 털어버린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무엇보다 특정 음식에 대한 간절함은 추억에서 연유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몇 해 전 돌아가진 아버지와 먹었던 그 물냉면 맛이

아직도 그대로여서 아련한 그리움에 젖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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