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 보길도 여행

감성충전 보길도

 

 

보길도를 가기 위해

전남 완도에서 노화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2층 갑판에서 바라보는 남해 바다가 시원하다.

우리는 봄날 상춘객으로 이 바다를 건너건만,

임금에게 내침받아 한양에서 머나 먼 보길도로 유배의 길에 올랐던

고산 윤선도의 심정은 어땠을까?

 

끝없는 바다가 적막하지만은 않았으리라...

다도해. 울트라 마린 블루 남해 바다에 초록 다이아몬드처럼, 꽃봉오리처럼 점점히 흩어져 있는

이름모를 섬들이 시야에 가득찬다.

이미 가슴속에는 육지에서 담고 온 묵은 감정들이 사라지고 없다.

 

 

 

 

 

 

 

10여 년 전만 해도

완도나 해남에서 출발하는 보길도 여객선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노화도와 보길도를 잇는 다리가 생기면서

노화도로 들어가는 배편만 있다.

노화도는 조각보를 이어놓은 듯한 다랭이논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그 아름다움은 영화 <서편제>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구불구불 노화도 섬길을 돌고 돌아 다리를 건너 도착한 보길도.

가장 먼저 갯돌 해수욕장을 찾았다.

 

 

 

 

 

갯돌해수욕장에는 하얀 모래알 대신 검은 조약돌이 해안가를 장식한다.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돌과 바닷물이 변주해내는 자연의 소리가 탄성을 자아낼만큼 아름답다. 

잠시 눈을 감고 물소리에 몰입해 있다 보면,

가슴속 묵은 체증이 다 쓸려내려가 버린다.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며 받은 상처가

자연으로부터 위로받고 치유된다는 말의 의미를 이곳에서 실감했다.

 

 

 

 

4월 중순이라 벚꽃은 지고 없었다.

대신 붉은 동백이 반긴다.

보길도 전역에는 동백나무가 많다.

방풍림처럼 해안가 주변에 소나무와 함께 동백나무를 많이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모가지가 뚝뚝 부러진 붉은 꽃송이들을 바라 보는 마음이란.....ㅠㅠ

 

 

 

 

 

 

 

이번에는 공룡알 해수욕장.

원시 바다의 느낌이 드는 이곳에는 커다란 돌들이 해안가에 가득하다.

마치 그 돌들이 공룡알 같다고 해서 공룡알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다바람에 수피가 하얗게 바래진 동백나무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데,

우리나라 최고령 동백나무들이 이곳에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통영 한산섬에서 본 동백나무들 만큼이나 키가 크고 굵다.

바람이 빚어놓은 동백나무의 모양이 춤추는 무희처럼 아름답기도 하고

대견해보이기도 한다.

 

 

 

 

 

 

 

조선시대 고산 윤선도가 이곳에 유배와서 만들었다는

인공 정원과 세연정.

그 어떤 위압이나 권위, 허세가 없는 세연정은 원래 그대로 자연속에서 피어난듯

인공미가 전혀 없고 멋스럽다.

자연속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건축의 미래가 이곳 세연정에 있다고나 할까.

잠시 세연정의 벽에 기대어 몸과 마음을 쉬어본다.

너무나 편안한 공간이다. 

 

 

 

 

 

 

 

 

 

 

 

 

 

 

 

 

보길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숙소가 있는

갯돌해수욕장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주홍빛 노을이 아름답다.

검은바다에 펼쳐지는 달빛댄스도 숨막힌다.

와이프는 20대, 30대 때 이곳을 네 번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순전히 갯돌 소리와 달빛댄스 때문에.

그 때는 없었던 블랙스톤 펜션이 생겼다.

1층에는 카페, 2층은 주인장 집과 객실로 이루어졌다.

객실 통유리창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갯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블랙스톤 주인 아저씨는 전복 양식을 하신다.

최고급 월풀 욕조에서 피로를 푼 후,

전복회, 전복찜 등을 주문하면

아저씨가 키운 특대 전복을 싼 가격에 푸짐하게 배달해준다.

 

 

 

 

 

 

 

 

보길도에서 이틀 밤을 자고 난 후,

해남 땅끝마을로 향했다.

육지로 가는 배는 노화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있다.

땅끝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남해는 시원한 눈맛을 선사한다.

 

 

 

 

 

 

 

땅끝을 보고 나니

서울에서 뭔가 새로운 일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다시 시작이다!

오늘 아침 새로 태어난 나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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